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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 기피 요인 분석 (주거 비용, 고용 불안정, 양육 부담)

by 경제 훑어보기 2025. 8. 6.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위기를 넘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출생아 수는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결혼 건수 역시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필요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개인의 가치관 변화나 자유 추구도 중요한 요소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경제적 요인’입니다. 이 글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경제적 요인을 ‘주거 비용 부담’, ‘고용 불안정’, ‘양육 비용 및 제도 미비’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결혼 촬영을 하고 있는 남녀

주거 비용 부담과 결혼 진입 장벽

결혼을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으로 마주하는 첫 번째 장벽은 바로 ‘주거 문제’입니다. 전세가·매매가 모두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신혼부부가 안정적인 거주 공간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정부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정책이나 전세자금 대출 등 제도가 있긴 하지만, 소득 조건이나 청약 가점 등의 제약이 많아 실질적인 체감 효과는 낮은 편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30평대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억대의 자금이 필요하고, 이는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입니다. 주거 안정을 선결조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MZ세대에게 ‘집이 없으면 결혼도 없다’는 공식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혼인율이 낮은 지역일수록 주거비용 대비 소득 수준이 열악하다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주거 문제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에 접근하는 기본 조건이자 심리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용 불안정과 미래 계획의 어려움

결혼과 출산은 일정 수준의 경제적 안정성을 전제로 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청년 세대는 학력은 높지만 정규직 취업률은 낮고, 임금 격차는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의 고용 불안정은 결혼과 출산을 유보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비정규직·단기직·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정 수입이 없거나 미래 수입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가족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더불어 직장 내 육아휴직,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는 특히 여성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결혼 후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의 비중은 여전히 높으며, 이로 인한 소득 손실은 장기적인 경제력 약화로 이어집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결혼이나 출산 같은 ‘선택적 소비’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 안정성은 단순히 일자리의 문제를 넘어서, 삶의 계획과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양육 비용과 제도적 지원의 한계

출산을 결정한 이후에도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은 ‘양육’입니다. 출산 전후 병원비, 산후조리비, 육아용품 구매 비용은 물론,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교육비, 돌봄비, 사교육비 등의 지출은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양육에 드는 총비용은 평균 3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특히 사교육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중산층조차 양육을 부담스러워하는 현실입니다. 정부는 다양한 출산 장려금, 양육 수당, 부모 급여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 금액은 실제 양육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지속성과 일관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한 보육 시설 접근성, 유연근무제 보장, 아동 친화적인 주거 환경 등 근본적인 사회적 인프라 부족도 부모들의 출산 의지를 꺾는 원인입니다. 결국 ‘아이를 낳으면 힘들어진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고, 이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는 가장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결혼과 출산의 기피 현상은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경제적 부담의 결과입니다. 주거, 고용, 양육이라는 세 가지 축이 안정되지 않으면, 누구도 미래를 자신 있게 설계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단기적 출산 장려보다, 삶의 기본 조건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사회 전체도 결혼·출산을 당연시하는 문화 대신, 경제적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시각을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