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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투자 후폭풍 (부채 부담, 자산 가치, 생애 재설계)

by 경제 훑어보기 2025. 7. 23.

2020년대 초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이라는 말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자산 급등의 조합은 많은 이들을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뛰어들게 했고, 특히 2030 세대는 미래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대출까지 감행하며 ‘내 집 마련’과 ‘자산 증식’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금리 인상, 경기 둔화,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그 후폭풍이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끌’ 이후 나타난 부채 부담, 자산 가치의 변화, 그리고 개인의 생애 재설계라는 측면에서 한국인의 미래를 진단해봅니다.

 

수많은 100달러 지폐

부채 부담 증가와 가계의 위기감

‘영끌’ 투자의 가장 큰 후유증은 부채 증가입니다. 특히 2020~2021년 사이 부동산에 몰린 자금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차입 형태였으며, 당시에는 저금리 환경 덕분에 이자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22년부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금리는 3%대에서 6~7%까지 상승했고, 이로 인한 이자 상환 부담은 가계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가계의 이자 상환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고위험 가구' 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산을 보유했지만 현금흐름이 부족한 '하우스 푸어' 현상이 재차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는 대출 연장을 위한 재직 유지, 소비 절감, 투자 회피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조정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영끌’이 일시적 성과를 만들어줬을 수 있으나, 금리 환경이 변화한 지금은 그 선택의 대가가 본격화되는 시기입니다.

자산 가치 변화와 심리적 불안

‘영끌’ 당시 가장 많이 선택된 자산은 부동산입니다. 2021년까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는 연간 15~20%씩 상승하며 ‘영끌족’의 기대를 충족시켰지만, 이후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됐고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자산 가치에 대한 불안도 커졌습니다. 일부 지역은 매입가 대비 10~20% 하락한 사례도 있으며, 이는 곧 실질 손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식과 코인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점에 투자한 이들이 많았던 만큼, 반등이 오더라도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장기 침체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2030 세대는 영끌 투자를 통해 자산을 보유했지만, 이를 통한 ‘심리적 안정’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끌 투자자 중 절반 이상이 ‘후회한다’고 답했으며, 주요 이유는 원리금 상환 부담, 자산가치 하락, 생활비 부족 등이었습니다. 이처럼 자산의 절대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현 가능한 가치로 남아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생애 재설계와 장기적 전략의 필요성

‘영끌’의 시대가 지나고 난 뒤, 많은 이들은 자신의 재무 인생을 다시 설계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생긴 부채는 단순히 재무 문제를 넘어 생애 계획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결혼, 출산, 자녀 교육, 은퇴 준비 등 삶의 주요 이벤트에 필요한 자금 여유가 줄어들며, 미래 설계 자체가 위축되는 것입니다. 특히 30대 중후반의 ‘영끌족’은 자산 축적의 골든타임을 부채 상환에 소비하면서 장기적인 자산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현재의 부채 구조를 분석하고 고금리 대출부터 우선 상환하거나 저금리로 전환하는 ‘부채 리밸런싱’이 요구됩니다. 둘째, 비효율적 지출 구조를 개선하고,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저위험 장기 투자 전략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셋째, 자산 평가를 냉정하게 재조정해, 실거주 목적과 투자 목적을 구분하고 비핵심 자산의 정리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끌 실패’에 대한 죄책감이나 불안보다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찾아가는 태도입니다.

‘영끌’은 그 시대가 만들어낸 선택이었습니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고, 빠르게 달아오른 자산 시장 속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움직임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자산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추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영끌 5년 후’에 맞이한 가장 현실적인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