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거래도 없는데, 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 떨어지나요?” 부동산 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져봤을 의문입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조정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서울의 주요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거나 하락 폭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은 수요가 꾸준하고 매물은 부족해 ‘거래 절벽 속 가격 방어’라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비합리성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요·공급 불균형의 결과입니다. 이 글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핵심 이유를 ▲공급 부족 ▲수요 고정성 ▲정책 대응의 한계라는 측면에서 분석합니다.
공급 부족: 줄어드는 입주 물량과 정비사업 지연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가장 뚜렷한 원인은 ‘공급 부족’입니다. 과거에 비해 분양, 입주 물량 모두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정비사업도 각종 규제와 인허가 지연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서울 연평균 입주 물량은 3만 가구 이하로 줄어들 전망인데, 이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이 집중된 강남, 서초, 송파 지역은 안전진단 강화, 기부채납 비율 증가, 초과이익환수제 등 복잡한 규제로 인해 사업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새 아파트에 대한 갈증은 커지지만, 실질적 공급은 뒤따르지 않는 구조입니다. 공급은 단기간에 확충이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낮은 분양·입주 물량이 지속되면 수요가 다소 감소하더라도 가격은 쉽게 하락하지 않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와 동시에 시장에는 ‘좋은 매물’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어, 수요자들은 하락장에서도 선호 입지 아파트를 사들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공급 부족은 단기 가격 하방을 막는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수요 고정성: 학군·직주근접 중심 수요는 여전
두 번째 이유는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특히 강남권과 주요 도심 지역은 학군, 직장 접근성, 교통 인프라 등의 이유로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가격-수요 탄력성’이 잘 작동하지 않는 영역으로, 가격이 올라가도 일정 수요는 유지되며,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가 갑자기 폭증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특히 자녀 교육을 중요시하는 30~40대 맞벌이 가구는 강남 8학군과 명문 중학교, 고등학교 인근의 아파트에 대한 집착이 높습니다. 이들은 금리가 높아도, 대출이 부담돼도 다른 지자체로 이주하기보다는 서울 내 소형 아파트, 구축 아파트라도 매입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직주근접’이라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 외곽에서 출퇴근에만 하루 2~3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서울 도심 또는 중심업무지구 인근 주택은 그 자체로 생산성 향상과 삶의 질 개선 수단이 됩니다. 이러한 수요의 고정성은 시장 조정기에도 가격을 버티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책 한계와 시장의 반응: 규제→완화→혼선 반복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정책 기조는 ‘강력한 규제’와 ‘급격한 완화’를 오가며 시장에 혼선을 주었습니다. 2020~2021년에는 다주택자 규제, 대출 제한, 양도세 중과 등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했지만, 동시에 공급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정책이 진행되며 시장 왜곡이 심화되었습니다. 이후 2022년부터는 거래 침체와 경기 둔화를 고려해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명확한 방향성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버티기 전략’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예컨대 양도세 중과 완화는 매물을 유도하기보다는 보유자의 매도 유인을 약화시켰고, DSR 완화도 실제로 구매력 있는 수요층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규제에 의한 억제'도 어렵고, '완화에 의한 유도'도 효과를 보지 못하며, 시장 자체가 정책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매도자들은 더욱 관망하게 되었고, 매수자들 역시 불확실한 시장을 지켜보며 선호지역 매물에만 관심을 가지는 '편식 수요' 현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시장 심리나 기대감 때문이 아닙니다.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는 고정되어 있으며, 정책은 시장의 역동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합적 구조 속에서 서울 아파트는 여전히 ‘불패’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정상화, 시장 신뢰 회복, 수요 분산 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실질적인 가격 안정이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