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 식비가 100만 원을 넘었다”는 말이 더는 과장이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장을 볼 때마다 “예전보다 너무 비싸졌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하지만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공식 소비자물가지수는 3~4% 수준인데, 왜 체감 물가는 이보다 훨씬 더 높게 느껴질까요? 이는 공공 지표와 실제 생활 간의 간극, 유통 구조, 식습관 변화,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4인 가족 식비 100만 원 시대가 만들어진 배경과, 체감 물가의 실체, 그리고 우리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공식 물가지표와 체감 물가의 차이는 왜 생길까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일정한 소비 품목을 추적하는 지표입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모든 가계의 생활비 상승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식료품의 경우 일부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의 가격을 기준으로 평균치를 내지만, 실제로는 지역, 브랜드, 유통채널, 계절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납니다. 또한 CPI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항목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체감이 큰 품목—예를 들어 외식, 유제품, 채소류—이 급등해도 전체 물가에는 제한적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산층 이상 가구나 맞벌이 가구는 간편식, 외식, 배달 식품 소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식비 지출 증가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나게 됩니다. 실제로 2024년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 품목의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소비자들이 “공식 물가는 믿을 수 없다”고 느끼는 핵심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결국 물가 통계와 체감 물가 사이의 괴리는 ‘소비 구조의 변화’와 ‘지표 방식의 한계’에서 비롯되며, 실제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훨씬 더 민감하게 상승하고 있는 셈입니다.
식품 가격 상승의 구조적 요인과 유통 문제
식비 상승에는 단지 수요 증가나 원재료 상승 외에도 복합적인 구조적 원인이 존재합니다. 첫째, 국제 곡물가 상승은 전 세계 식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밀,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제과, 유제품, 육가공, 가공식품 전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둘째, 국내 인건비 상승 역시 식품 생산 및 유통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상승, 배달료 인상, 물류비 부담 증가 등은 식당과 마트, 온라인 쇼핑몰의 단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셋째, 유통 구조의 복잡성도 큰 문제입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유통 단계가 길수록 중간 마진이 누적되며, 최종 판매가는 더욱 올라가게 됩니다. 농산물은 산지-도매시장-중간상인-소매상-소비자 등 최소 4~5단계를 거치며 가격이 형성되며, 이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구조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과 공급 불안정도 식품 가격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이상기후, 집중호우, 폭염은 채소류, 과일류, 수산물의 가격 변동성을 키우며, 이는 단기적인 가격 급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은 단기적인 정책이나 보조금으로 해결되기 어려우며, 근본적인 유통 혁신과 공급망 개선이 필요합니다.
가계 대응 전략과 소비 패턴의 변화
식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많은 가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첫째, 장보기 채널의 다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중심이었던 소비가 창고형 할인점, 온라인 장보기, 지역 로컬푸드 직거래로 이동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둘째, ‘간편식’과 ‘밀키트’ 시장의 성장도 식비 절감과 시간 절약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조리 시간은 줄이고, 외식보다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보장되는 상품군이 확대되며, 식비와 노동시간을 동시에 절약하려는 맞벌이 가구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셋째, 가계부 작성과 예산 관리 앱 활용 등 체계적인 지출 관리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간 식단표를 작성하고 장보기를 계획적으로 실행하는 방식은 충동구매를 줄이고 식재료 낭비를 방지할 수 있어 실질적인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넷째, 커뮤니티 기반의 공동구매나 장터 활용도 늘어나고 있으며, 지역농산물 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중간 유통마진 없이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식료품 바우처, 식품 물가 안정 지원, 온라인 할인쿠폰 등 다양한 정책적 대응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체감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결국, 개인과 가계 차원에서도 능동적인 소비 전략과 식생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식비 100만 원 시대는 단순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아닌,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의 결과입니다.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체감 물가의 실상을 직시하고, 개인과 사회 모두가 식생활의 전략적 전환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