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오르면 누구에게는 축복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재앙이 됩니다. 특히 한국처럼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에서는 집값 상승이 단순한 시장 현상을 넘어 사회 구조와 계층 이동, 심지어 출산율과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을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화되는 자산 양극화와 청년 세대의 기회 상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집값 상승이 가져오는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넘어, 진짜 피해자가 누구인지 ‘자산 격차’, ‘무주택자 부담’, ‘시장 왜곡’의 세 가지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자산 격차 확대와 세대 간 불균형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곧바로 자산 증가로 연결됩니다. 특히 다주택자나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경우 집값 상승은 수억 원 이상의 자산 확대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반면, 무주택자나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청년 세대에게는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위 20% 가구는 전체 부동산 자산의 약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격차는 매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산 격차는 단순한 통계상의 수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미래 기회’의 불균형으로 이어집니다. 부모로부터 자산을 증여받거나 상속받은 이들은 부동산 시장에 쉽게 진입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월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입니다. 결국 집값 상승은 자산 보유자에게는 유리한 구조를, 무자산자에게는 구조적 불이익을 강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무주택자의 실질적 부담 증가
집값 상승은 무주택자에게 직접적인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전세 가격, 월세, 관리비 등 주거 비용이 집값과 연동되어 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의 경우, 전셋값이 수억 원에 달하면서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주거 비용 부담을 넘어, 결혼·출산·이직 등 삶의 전반적인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주거 불안정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했다는 20~30대 응답자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월세 비중이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의 주거비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필수 소비를 제한하고 전체 가계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집값 상승의 부담은 무주택자가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 생계 문제를 넘어 중장기적 삶의 질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시장 왜곡과 정책 신뢰도 하락
집값 상승은 시장의 기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도 큽니다. 주거는 기본적 생활 기반이자 생존의 공간이지만, 자산 증식 수단으로만 인식될 경우 투기적 수요가 확대되고 실수요자는 점점 시장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특히 투기 지역이나 신규 분양 시장에서는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더 많아지면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착시를 만들고, 그에 따라 가격은 계속 상승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 신뢰도 역시 크게 훼손됩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공급 확대든 수요 억제든 간에, 실제 체감되는 효과가 없을 경우 시장은 불신으로 반응하고, 이는 부동산의 ‘불패 신화’를 더 공고하게 만듭니다. 또한 집값 상승을 예상한 가계의 '영끌 투자'는 가계부채 증가, 금융 리스크 확대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경제 전반의 건전성까지 위협하게 됩니다. 집값 상승이 단순한 ‘호재’가 아닌 구조적 불안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 정책적 균형이 절실합니다.
집값이 오르면 자산이 늘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동시에 기회의 문을 잃는 사람도 생깁니다. 진짜 피해자는 집이 없는 사람, 더 늦게 태어난 세대, 그리고 주거를 ‘살 곳’이 아닌 ‘살 수 없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실수요자들입니다. 집값이 오를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분절되고, 자산의 크기에 따라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시대가 고착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주거를 권리로 보는 인식의 전환입니다.